김정미 양구군의원
저출산은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2022년의 0.78명보다 더 낮아졌다. 이처럼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이라고 본다.
현대 사회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율 간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맞벌이 가구는 600만을 훌쩍 넘어섰고, 통계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자녀 수(1.36명)가 비맞벌이 가구(1.46명)보다 0.1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소득이 100% 증가할 때 자녀 수는 약 4%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양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 기대했던 ‘모성보호 3법’ 또한 안건 상정도 못 된 채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돼 국민들은 다시 한번 실의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모성보호 3법은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고, 여성들이 직장에 복귀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미 폐기된 법안이 새 입법 절차를 거치고 다시 논의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루빨리 22대 국회에 이 법안이 상정돼 통과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또한,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성들이 출산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이는 직장에서의 승진 기회나 보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 없이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출산 후 경력 단절이나 승진, 임금에서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규를 강화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산한 여성들이 복귀할 때 호봉을 올려주는 방법, 복귀 후 일정 기간의 급여 보전 제도 도입, 탄력적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 복귀 후 초기 적응 기간 업무 부담 경감 등의 방법을 통해 여성들이 직장에 복귀하는 데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또 주거와 일자리 안정의 보장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젊은 부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혼부부 및 다자녀 가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성 강화, 유연근무제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부모들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부담 없이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진다면 여성들은 경력 단절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출산을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생률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가족을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개인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양성평등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별 차별 없이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